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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값 폭등·폭락 이미지

최근 은 가격을 보면 누구나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많이 올랐다고 느끼는 순간 하루아침에 20~30%씩 폭락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금조차 안전자산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출렁이는 시장 속에서 사람들은 묻게 됩니다. 은은 끝난 자산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진짜 돈일까요.

이 글은 단기 시세 예측이 아니라 왜 은이 폭등했고 왜 폭락했는지, 가격과 실물의 괴리는 왜 커지고 있는지, 그리고 역사적으로 은이 어떤 역할을 해왔는지를 정리한 글입니다.

 

가격은 폭락했는데 실물은 어디로 갔을까

이번 은 가격 급락의 핵심은 은이라는 자산의 본질 가치가 훼손되었기 때문이 아닙니다. 가장 큰 원인은 선물 시장에서 발생한 레버리지 붕괴였습니다. 은 선물 거래의 증거금이 인상되면서 수십 배 레버리지를 사용하던 투기 세력들이 강제 청산을 당했고, 종이로 거래되던 은 계약이 한꺼번에 매물로 쏟아지면서 가격이 급락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실제 창고에 있는 실물 은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국제 시세는 폭락했는데도 실물 은은 여전히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고, 현물 구매 시에는 대기 기간이 길어지며 현장 가격도 시세만큼 떨어지지 않는 기묘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실물 실버 바 이미지

종이 은과 실물 은의 결정적 차이

런던과 뉴욕 시장에서 거래되는 은의 대부분은 실물 인도가 아닌 종이 계약 형태입니다. 실제 실물 보유량보다 수백 배에서 수천 배 많은 은이 숫자로 거래되고 있습니다. 숫자가 적힌 계약이 사라진다고 해서 현실의 은이 사라지거나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중국 상하이 거래소는 실물 인도를 중심으로 거래가 이뤄집니다. 이 때문에 중국의 은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프리미엄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격 폭락은 숫자의 붕괴일 수 있지만 실물 부족은 현실의 진실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은이 폭등했던 세 가지 배경

첫 번째는 산업 금속으로서의 폭발적인 수요입니다. 은은 지구상에서 전기 전도성이 가장 뛰어난 금속입니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태양광 패널, 전기차와 전고체 배터리까지 은은 현대 첨단 산업의 핵심 재료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은 수요의 약 40퍼센트가 태양광 패널에서 발생하며, 전고체 배터리 하나에는 약 1킬로그램의 은이 들어갑니다. 은은 더 이상 장신구가 아니라 첨단 산업의 혈관과 같은 존재가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역사적인 저평가입니다. 금과 은의 가격 비율인 금은비는 역사적으로 15대 1 수준이었고 현대에도 25대 1 안팎이 정상적인 범위였습니다. 하지만 은 폭등 이전에는 90대 1을 넘었고, 최근 상승 이후에도 여전히 50대 1 이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는 은이 금 대비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는 해석을 낳습니다.

세 번째는 달러에 대한 불신과 단기 투기 수요의 가속입니다. 인플레이션 장기화와 지정학적 갈등, 달러 패권에 대한 의구심 속에서 금이 먼저 움직였고, 시장 규모가 작은 은은 훨씬 더 빠르고 크게 상승했습니다. 동시에 은은 변동성이 큰 자산이기 때문에 하락 역시 더 급격하게 나타났습니다.

왜 이렇게 잔인한 폭락이 발생했을까

결정적인 원인은 레버리지의 비극입니다. 은 가격이 오르자 투기 자금이 몰렸고, 증거금 인상과 함께 가격이 하락하자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발생했습니다. 금이 10퍼센트 하락할 때 은은 30퍼센트 이상 하락하는 특성 때문에 공포는 더욱 빠르게 확산되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금과 은은 대세 상승 국면에 진입하기 전 반드시 이런 거친 조정과 폭락을 겪어 왔습니다. 이것이 은의 본질이 훼손되었다는 증거는 아닙니다.

금은 ETF등락 그래프 - 출처 : 한국 거래소

은의 본질은 훼손되었는가

개인이 던져야 할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은의 본질이 변했는가라는 질문입니다. 가격은 흔들렸지만 산업 수요는 줄지 않았고 실물 확보 경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습니다. 은은 대부분 구리나 아연 광산의 부산물로 채굴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단기간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구조도 아닙니다.

수요는 즉시 폭발하지만 공급은 최소 10년 단위로 움직입니다. 이 구조적인 불균형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은은 왜 다시 주목받는가

은은 단순한 원자재가 아닙니다.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교환의 기준이었고, 로마 제국은 은화를 기반으로 수백 년을 번영했습니다. 달러라는 이름 자체도 은화 탈러에서 유래했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은은 금과 함께 화폐의 핵심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은의 화폐 기능을 제거하고 종이 화폐를 무제한 발행해 왔습니다. 그 결과 화폐는 가치 저장 기능에서 실패했고, 달러와 원화의 구매력은 시간이 지날수록 크게 하락했습니다.

진짜 돈의 조건과 은

진짜 돈이 되기 위해서는 교환의 매개, 가치의 척도, 휴대성, 분할성, 그리고 가치 저장성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현대 화폐는 마지막 조건에서 실패합니다.

은은 수천 년 동안 구매력을 유지해 왔습니다. 5천 년 전 은으로 살 수 있었던 곡물의 양과 오늘날 은으로 살 수 있는 양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은 은의 가치 저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줍니다.

한국 은거래소 실버바 이미지

은이 던지는 질문

이번 은값 폭락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숫자에 흔들릴 것인가, 실물의 본질을 볼 것인가라는 질문입니다. 은은 변동성이 크고 성격이 거친 자산입니다. 그래서 레버리지 없이, 분할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은은 수익률을 위한 자산이기보다는 인플레이션과 화폐 가치 훼손 속에서 무엇이 끝까지 남는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자산입니다.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가치를 찾는 과정에서 은은 여전히 중요한 질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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